▲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8일 오후 회의를 열어 소관 기관의 예산안 심사를 하기로 했으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처리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8일 오전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8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둘러싼 극심한 입장차를 한 치도 줄이지 못한 채 장외공방만 벌였다.

   야당 의원들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장 점거가 9일째를 맞은 가운데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여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자료를 인용,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연구할 정도로 치밀하게 검토했다"며 "ISD가 독소조항이라면 모든 국제사회가 독에 감염됐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실세였던 현재의 민주당 고위당직자는 집권 당시 깜깜히 국정 운영을 한지 몰라도, TF까지 만들어 치밀하게 했던 노 전 대통령만큼은 욕되게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전여옥 의원은 전날 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당이 등신같이 한미FTA마저 비준하지 못하면 그날이 재기불능 코마(Coma.혼수상태)에 빠지는 날"이라며 "비굴하게 살아 무엇합니까. 치사하게 살아 무엇합니까. 제 할일도 못하면서 배지 달아 무엇합니까"라며 과감한 비준 처리를 촉구했다.

   전 의원은 이어 "트위터를 통해 집요하게 반대하라고 떼로 몰리는 세력들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이 겁을 먹은 것 같다. 그것도 젊디젊은 의원들이!"라며 "외통위를 점거하는 이들에게 눌려 숨죽인다면 국회가 조폭들에게 조공을 바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야당과의 협상에 주력하면서 강행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식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더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한 다음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라며 "청와대에서도 정무수석 차원의 서한을 돌릴 게 아니라 국회로 와서 야당 의원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한미FTA 강행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외통위 단속을 강화하며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비준안 처리를 독려하는 편지를 보낸 것을 문제삼으며 비준안 처리를 `반미'와 연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헌신적인 노력 때문에 ISD 폐기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들불처럼 번저나가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수적 우위로 강행처리 하려 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대 여론이 높아지니까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초조해하며 강행처리 으름장을 놓고 반대론자를 친북주의자로 매도하고 있다"며 "ISD가 살면 대한민국 주권이 죽고, ISD가 없어지면 경제ㆍ사법주권이 살아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외통위 회의장 문을 걸어잠근채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보좌진들은 한나라당의 기습처리 가능성에 대비해 외통위 회의장 출입을 철저하게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