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락세로 돌아섰던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 테러 여파로 반등, 1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고유가 현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일단 3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결과를 지켜보며 단기처방보다는 중장기 에너지정책을 강화한다는 방안이지만 석유 증산 결정 이후에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경우 교통세 등의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중장기적 대책 수립=정부는 일단 지난달에 검토했던 교통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인하안 대신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우선 전력소비량의 11%를 차지하는 대기전력의 절감을 위해 소비자단체, 관련전문가가 참여하는 '대기전력 1W 운동 추진위원회'를 구성, 소비자와 제조업체의 에너지절감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전체 전력의 60%를 차지하는 전동기의 효율개선을 위해 2009년까지 고효율전동기 100% 보급을 목표로 설치장려금을 확대하는 한편 교통체증으로 인한 연료낭비방지를 위해 내년부터 고속도로에 통행료전자지불서비스(ETS)도 도입할 계획이다.

자자체와 공기업 등 25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이달중 에너지절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전력소비가 많은 6~9월중 전력을 많이 절약하는 우수가정 5만가구를 대상으로 일정금액의 현금을 돌려주는 '캐시 백' 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밖에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 및 해외자원개발 예산 증액 ▲태양광주택보급 활성화를 위한 발전설치 비용 지원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운영 ▲에너지특별회계 융자금리 인하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유가 얼마나 더 오르나=석유수출국기구는 3일 베이루트 각료회의에서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증산을 결의, 유가 급등세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의 고유가 현상은 테러위협과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요 급증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추이를 점치기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42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향후 5달러 이상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 여름에는 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석유산업 정보지인 퀘스트마켓에지의 케빈 커 편집인은 “아직까지 사우디 석유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없지만 이런 일이 더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예민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할지 가격급등에 따른 수요위축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일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3일 열리는 OPEC총회에서 석유 증산량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