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선(先)발효-후(後)협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나라당 내에서 강행처리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경제민주화특위 회의에 참석해 회의자료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양국 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합의서'를 받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17일 고위정책회의에서 "국가간 협상은 말 대 말로 시작하지만 문서 대 문서로 끝나야 한다. 정상끼리 약속했다고 해도 정권교체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약속을 담보할 수 있는 문서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했으니 통상당국이 책무를 다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회가 파국으로 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미국 측이 '한미FTA 발효후 ISD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고 립서비스를 한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가 간 약속은 문서로 남기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서한에서 ISD에 대한 내용을 못박자고 했는데 미국의 반대로 집어넣지 못했다고 실토했다"며 "미국 입장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주승용 의원은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한미FTA가 비준될 때까지 넥타이를 풀겠다고 말했는데 이건 전쟁선포와 다를 바 없다"며 "여당 대표가 날치기를 유도하는 발언을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호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