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아파트 2곳의 주민들이 육교 설치 위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경인일보 11월 23일자 22면 보도), 이미 수원시가 5년 전부터 한쪽 아파트에서 주장하는 지점에 육교를 설치하는 게 '적정'하다는 용역결과를 얻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용역결과는 숨긴 채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 양측 아파트 주민들간의 합의만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어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2006년 천천동 경부선 철도 주변에 육교를 설치하기 위해 3천100만원을 들여 육교 입지 및 설치 타당성, 사례분석 등의 과업을 수행하는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결과 육교 위치는 삼성 래미안 아파트와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의 중간지점부터 길 건너편 근린공원을 잇는 위치(푸르지오 측 주장)가 가장 적정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어 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억1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 관내 4개 육교에 대한 조사용역을 진행하면서 천천동 육교에 대한 기본설계 용역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대략적인 교량 구조와 길이 등을 결정짓는 기본설계에서 시는 현재 래미안 주민들이 요구하는 지점에 대한 설계는 아예 배제한 채, 푸르지오측이 요구하는 지점에 육교를 설치하는 계획안에 따라 길이 110m짜리 육교(예산 65억원)가 적합하다는 결론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시는 최근 육교 위치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푸르지오측 주민들은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는데도 시가 래미안측 눈치를 보면서 위치 자체를 재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데다 예산까지 낭비하게 되는 꼴"이라며 "시가 래미안측과 타협점을 찾으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싸움을 붙이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래미안측 주민들은 "10년 전부터 (우리가)제기한 민원인데 어떻게 (푸르지오측에 유리한)그런 조사결과가 나온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에서 미리 알려줬다면 조사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을 텐데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말 한마디 없었던 건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기본설계는 (그렇게)진행했어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이며, 현재 합의가 도출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밝혔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