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파로 열흘 넘게 공전하면서 오는 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내 새해 예산안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회기 내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나 강행처리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고 있고, 비준안 `날치기' 처리 사과 등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는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 지연 및 졸속 심사에 따른 책임론이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 임시국회를 추가로 열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금주 초 접촉을 갖고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정상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나라당은 여전히 회기 내 예산안 처리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임시국회 가능성을 열어두는 순간 정기국회 처리가 물건너가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직 예결위 계수조정소위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고 물밑조정 과정만 거치고 있지만 정기국회 내에 마치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서 "국민께 송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면서 "FTA 합의처리는 못했지만 여야가 했던 모든 약속은 책임지고 최대한 그대로 반영하고 부족한 점을 보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비롯해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부분 등은 대통령이 약속한 바와 같이 후속회담과 실무접촉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ISD와 미디어렙법 개정안 처리를 예산안 처리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면서 미디어렙법 관련 여야의 견해차에 대해서는 "제3의 길이 있다"며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민주당은 임시국회 소집 요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졸속으로 심사하고 날치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비준안을 날치기한데 대해 하루빨리 사과하고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측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15개 상임위에서 넘어온 삭감안과 증액안을 1차 심의하는데 최소한 8일 이상 걸리고 2차 검토와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임시국회 개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황 원내대표가 밝힌 FTA 후속대책에 대해 "ISD 폐기 협상을 빨리 시작하라"면서 "미디어렙법은 12월까지 합의하기로 한 것으로 예산안 처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