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 비서 공모씨가 배후 없이 단독으로 주도한 것으로 경찰이 결론냈다.
경찰은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의 진술과, 공씨 및 범행을 실제로 감행한 강모씨 일당의 계좌·통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공씨의 배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9일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공씨와 실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강씨 등 3명을 선거 관련 시설 등에 대한 은닉ㆍ손괴ㆍ훼손, 선거의 자유방해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공씨의 친구이자 강씨 회사의 임원인 차씨를 9일 새벽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10월25일 10시께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강남구 역삼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박희태 의장실 전 비서 김모씨 등 5명과 술을 마시던 중 고향 후배인 강씨에게 전화로 선관위와 박 후보의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수행하도록 지시했고, 강씨와 직원 황모씨, 차모씨 등은 26일 오전에 두 차례에 걸쳐 디도스 공격을 했다.
차씨는 강씨 회사 임원이자 공씨의 절친한 친구로 디도스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상태를 점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 때부터 계속 범행사실을 부인해오던 공씨는 8일 새벽 자백을 통해 최 의원을 위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공씨는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도록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경찰은 공씨와 디도스 공격범 4명의 계좌와 신용카드, 이메일, 통화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했지만 현재까지 배후 인물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준비자금 또는 대가 제공을 확인할 만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또 공씨가 누명을 썼다면 가장 친한 사람에게는 말했을 것이라고 보고 부모, 애인, 친한 친구 2명 등을 조사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없어 배후설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씨의 사실상 멘토인 박 의장실 전 비서 김씨의 경우 범행 당시 술자리에서 공씨로부터 얘기를 듣고 디도스 공격을 적극적으로 만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측 홈페이지 접속기록에서 동일한 좀비 PC의 IP주소가 확인된 점이나 공격수법의 동일성 등으로 미뤄 볼 때 강씨 일당이 박 후보 홈페이지도 함께 공격했다고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청 황운하 수사기획관은 "이번 사건은 디도스 공격범을 체포한 후에 범행 가담 사실이 확인된 공씨를 체포해 계좌나 통신자료 등 실체적 진실을 밝힐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범행 동기나 배후 등을 규명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었던 만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관련자 수사 및 계좌분석 등을 통해 수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