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중소자영업자에 이어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사가 가세했고 의원ㆍ약국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낮추면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며 맞서고 있어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기 시작해 소비자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 카드사 수수료 압박에 `사면초가'
카드 수수료 인하 논쟁은 지난달 음식점 업주들이 2.7%인 카드 수수료율을 대형업체 수준인 1.5%로 낮춰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후 주유소, 경비업, 부동산중개업, 학원, 유흥업소 등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현대차[005380]가 이런 물결에 뛰어들었다.
KB국민카드는 수용하지 않았지만 결국 나머지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요구에 굴복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75%에서 1.7%로 낮췄다.
현대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이번에는 르노삼성과 한국GM이 현대차와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카드사들에 공문을 보냈다. 쌍용자동차도 인하 가능성을 카드사들에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교통카드사업자, 주유소에 이어 중소의원과 약국 등이 인하 압박이 계속되는 등 당분간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 수수료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골프, 주유소 등이 평균 1.5%로 가장 낮고 유흥ㆍ사치업종이 4.50%로 가장 높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문제가 사회적 이슈지만 대기업까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경기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경제적 약자의 박탈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며 카드사들이 현대차의 인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고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그만큼 중소자영업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다.
◇ 카드사는 수익 악화 우려…"크진 않을 것"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가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마케팅 활동 등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 순이익을 거의 내지 못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4조957억원으로 전체 카드수익의 52.8%에 달했다. 그 외 할부카드 7천337억원, 현금서비스 6천799억원, 카드론 9천989억원, 기타 1조2천467억원 등이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비용을 고려할 때 거의 제로 상태"라며 "그나마 현금대출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며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자 불똥이 소비자에게 튀고 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포인트ㆍ마일리지 적립이나 할인서비스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금융당국도 대기업 수수료 인하 요구는 옳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얼마나 될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카드사 순이익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029780]는 이날 오후 1시50분 현재 전날보다 3.30% 떨어진 4만1천600원에 거래 중이다.
독립 카드사를 자회사로 둔 KB금융[105560], 하나금융지주[086790], 신한지주[055550] 등도 2~3%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 전방위 압박…카드사 굴복하나
입력 2011-12-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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