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일류대 교수라고 밝힌 학부모가 초등학생 딸에게 욕설문자를 보낸 남학생을 직접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장소는 수원의 한 초등학교이며 이 교수는 남학생의 교실로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학생을 불러달라고 한 뒤 바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물론 폭행을 당한 남학생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인 이모씨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하지만 이씨는 수원교육지원청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학교는) "딸 아이를 보호할 의지가 전혀 없는 학원 수준일 뿐인 집단"이라며 "폭행을 책임지겠지만 학교 교장과 교감, 담당교사의 징계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겠으니, 자신의 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학교도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점증하는 학교폭력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 폭력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개선의 기미도 없을 뿐 아니라, 교육당국의 대책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적 응징이 난무할 수도 있겠기에 그렇다. 그동안 자신의 자녀가 폭행을 당했다며 학교를 찾아가 소란을 피운 사례가 자주 있었지만, 이번처럼 자신의 행동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학교측과 책임소재를 두고 공적인 영역에서 시비를 가리자는 학부모는 없었다. 학교가 자신의 자녀를 보호할 의무도 지키지 않고 능력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우리 학교 현장은 학생들간, 교사와 학생간 폭력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기는커녕, 사건이 발생해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에 의해 은폐되거나 축소되기 일쑤다. 대구의 한 중학생이 친구들의 상습적인 폭력을 피해 자살을 택한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의 관심이 있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강박증이 심화되고,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는 수단마저 동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씨의 행동은 결단코 옳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씨의 행동에 공감을 표할 학부모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지금 학교현장의 교육부재 현상은 심각하다. 정말 우리 교육을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교사와 교육이 없는 학교를 학교라 할 수 있는가.
갈데까지 간 학교폭력 사태
입력 2011-12-2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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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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