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던 2011년이었다. 특히나 올 신묘년은 국내외적으로 큰 격변을 겪었다. 국내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비롯, 구제역과 집중호우 피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즐비했다. 해외에서는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아랍권 민주화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 오사마 빈 라덴, 카다피 등 테러·독재자들이 사살됐으며 유럽의 경제위기는 전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갔다.

2010년 12월 발생한 구제역은 연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퍼져 나갔다. 전국적으로 돼지와 소 66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경기도에서만 174만여 마리가 죽어 나갔다. 축산 농가는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도내에서만 39명 등 전국에서 수십명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때문이라지만 기상청의 '뒷북예보'와 산사태 예방공사의 허술함은 정부와 지자체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연초 삼호 주얼리호가 해적들에게 피랍됐다가 최영함이 급파돼 교전끝에 21명의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은 총상을 입었지만 침착한 대응으로 선원들을 구하는데 큰 일조를 했고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와 재활 끝에 건강하게 퇴원,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정치적으로도 변혁의 기간이었다. MB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불패지역인 분당을에서 손학규 민주당 후보 당선으로 견제하면서 정치 변혁에 시동을 걸었다. 무상급식 등 복지논쟁이 불을 뿜는 가운데 급기야 서울시는 주민투표까지 실시했고 이로인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후보 박원순이 당선됐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풍'을 일으키며 등장, 정치권에 일대 돌풍을 몰고 온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며 정당정치의 위기까지 몰고 왔다. 그 파괴력은 현재도 진행형으로 한나라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꿔 놓았고 야권 통합에 불을 지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그 과정에서 또한번 우리 정치를 깊은 갈등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의사당내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아비규환속에 국론도 분열돼 촛불시위가 재등장했다. 국회의 하류정치에 자괴감을 느낀 일부 현역의원들은 속속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은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에 정점을 찍었다. 37년 철권통치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이 공식화되면서 한반도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2011년에 과연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소홀히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한 좌표를 설정해 선진국가와 통일한국을 향해 순항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안팎의 거센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는 통찰력과 과감한 도전정신이다.

새롭게 맞을 임진년. 내년의 화두 역시 안보와 경제가 될 듯싶다. 양 수레바퀴를 균형있게 굴리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의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다. 새해에는 신뢰와 믿음이 되살아나고 소통과 통합으로 닥쳐올 시련을 지혜롭게 극복해 내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