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영 (정치부장)
임진년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모든 이들의 소망과 기대와 희망을 머금고 힘차게 힘차게…. 일출의 장엄함에 우리는 옷깃 여미며 나름 경건한 의식을 행한다. 그리고는 올 한해 매일 매사가 잘 풀려 나가기를 기원한다.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만을 달라고. 모두가 무탈하고 도약하는 한해가 되게 해달라고….

60년만에 돌아왔다는 임진년 흑룡의 해다. 그러나 국내·외적 상황은 우리에게 험난하고 격동적인 한해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오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치른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국운 융성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4국 열강들의 상황도 마치 19세기말 또는 해방 직후를 연상케할 정도로 '격변'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을 지난 31일 최고사령관에 추대해 일사천리로 3대 세습체제를 구축했다. "이명박 정부와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는 그들이 한반도 주변 열강과 남북관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우려와 관심이 증폭된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로 민주당 오마바의 재집권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일본도 민주당 정권의 총리 임기가 9월로 끝이 나면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중국은 오는 10월 후진타오 주석시대를 마감하고 시진핑 시대를 예정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국민들의 소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남북과 한반도 주변국들이 말 그대로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는 한해가 될 것이다. 불가피하게도 우리에겐 격변의 한해요, 기회의 1년일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 국회는 지난해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국회의사당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아비규환을 겪어야 했다. 한번의 예외없이 해외 토픽감을 제공하는 국회의 어이없고 모멸스런 폭력은 중단되지 않았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힘으로만 몰아붙이고, 내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법과 원칙을 거스르는 막무가내식 불법이 올해는 판치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

북한체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인정과 동정을 넘어 북한체제에 대해 도넘은 지지나 종북(從北)으로 흐르지는 않았는지 반추해 볼 일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정체성에 집착해 정권 대 정권의 자존심 싸움만 계속해 온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이 국론분열은 물론 우리끼리 적을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남북 대화채널의 조속한 복원과 신뢰 구축으로 화해의 단초가 되는 한해이 길 염원한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사회지도층의 막말과 인터넷 시사프로그램의 저속한 언어와 무책임한 발언들이 자칫 '꼼수'를 미화하고 거기에 열광하는 몰상식 세태를 확산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만연하고 있다.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는 유행어처럼 웃고 즐기면 그뿐, 웃긴 당사자를 영웅 또는 국가적 리더로 착각하는 무지한 국민으로 전락하지 않길 소망한다.

사회 양극화 해소와 서민경제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지난해 가계 소비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세번째로 높았던 것은 고달픈 민생의 실태를 방증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들의 고통을 보듬고 덜어 줘야 한다. 또한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은 '나눔'으로써 취약·소외계층과 함께 가야 한다. 돈 많은 부자들을 타도의 대상으로만 삼고 가난한 서민을 '게으른 자'로만 업신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나만 잘살면 돼', '나만 아니면 돼'식의 개인주의·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길 소망한다.

그리고 정말 간절히 소망한다. 올해가 신뢰회복의 원년이 되길. 올해 우리가 치러야 할 양대 선거는 도약과 발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서로 적으로 맞서 싸우는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된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국운을 개척하며 서로 믿음을 주고 받는 한해이길 기원한다.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가운데 소통으로 공감을 쌓아가고, 나눔과 배려로 경제주체간·세대간 양극화를 해소하며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흑룡의 여의주가 420년전 임진왜란을 극복한 우리 민족을 다시 한번 굽어 살피는 마법의 구슬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