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대학생 전세임대 주택 신청 접수 첫 날인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의 신청창구에 몰려 있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을 본 후 취재진들에게 한 첫말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구름 인파가 몰려들면서 비싼 등록금과 치솟는 물가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생활고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는 오전 창구를 열자마자 수십명이 들어섰으며 오후 4시 현재 서울지역본부에만 방문자가 500명을 넘을 정도로 호응이 컸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제대를 앞둔 예비 복학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란 신청자들이 원하는 임대주택 1만가구를 LH가 전세로 빌린 뒤 보증금 100만~200만원, 월세 7만~17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학생들에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LH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10만명이 전세임대주택에 대해 문의할 정도로 신청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고 LH는 전했다.
이날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한 대학생 김여진(21.여)씨는 "대학 주변 원룸 시세가 보증금 1천만원, 월세 50만원 수준으로 너무 비싸다"며 "전세임대주택을 이용하면 그래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월셋집을 구하러 온 황진성(22)씨도 "요즘 대학가에 전세는 거의 없고 월세만 있는데 보증금 1천만원, 월세 50만원이 기본"이라며 "등록금을 내고 나면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서울에 살면서 학업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는 데 드는 물가가 '살인적인' 수준이어서 싼값에 집을 빌려주는 이번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학생 홍윤희(19.여)씨는 "우리 학교 주변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서울에서 저렴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등록금과 생활물가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액수여서 꼭 당첨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아들을 대신해 신청하러 온 학부모 조영숙(51.여)씨는 "학비는 학자금 융자로 마련했지만 용돈과 집세는 아들이 스스로 벌면서 학교에 다니느라 고생이 많다"며 "아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꼭 당첨됐으면 좋겠다"며 애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다가 다시 1년 휴학을 하고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이날 전세임대주택마저 직접 신청하러 오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북받쳤기 때문이었다.
신청자들은 접수 첫날부터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혹시라도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졸이며 불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오후 접수처를 방문한 이 LH 사장은 "이렇게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몰려온 것을 보면서 대학생 주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며 "학생들이 방값 걱정을 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게 있다면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LH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을 마치면 직접 주택을 매입해 대학생들에게 전월세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1만5천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담당 직원들에게 대학 기숙사나 월셋방을 직접 가보고 현실을 둘러봐야 한다고 혼을 냈다"며 "LH가 '빚더미'라고 하는데 임대주택 사업 등에 따른 32조원의 빚은 '예쁜 빚'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업은 빚을 늘려서라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