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사업은 계획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LH가 올해 사업비를 지난해 계획보다 축소할 방침이어서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국토해양부과 LH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사업비 집행 금액은 총 21조8천억원(잠정)으로 지난해 목표인 30조7천억원의 71%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LH는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총 7조9천억원, 신도시·택지개발 사업에 9조4천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각각 5조4천억원(68.7%), 6조1천억원(64.2%)만 집행, 달성률이 70%를 넘지 못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경우 지난해 그린벨트 2차 지구인 구리
갈매, 부천 옥길, 시흥 은계지구의 보상이 계획보다 다소 늦어졌고,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4·5차 지구의 사업 승인이 불발됐다. 또 신도시나 택지개발도 LH의 사업재조정, 경기침체 등과 맞물려 보상이 늦어지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곳이 많았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사업에는 지난해 2조5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75.2%인 1조9천억원을 집행했다.

경제자유구역은 1조7천억원중 1조2천억원, 도시재생·개발사업은 1조7천억원중 1조3천억원을 투입해 각각 74%, 75.1%를 달성했다.

총 7조4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주거복지·임대 등 기타 사업에는 79.7%인 5조9천억원을 집행해 달성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조정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LH는 사업조정 대상 138개 사업중 17개를 제외하고는 보상, 행정절차·주민협의 등의 사업재조정을 거의 마무리했다. 토지·주택 판매 금액도 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지난해 22조2천억원을 달성해 전년도(16조원)에 비해 실적이 38% 증가했다. 토지·주택 분양대금 회수 실적은 16조9천억원으로 목표(17조4천억원)의 97%를 달성했다.

이렇게 현금 보유액이 늘어난 LH는 채권과 국민주택기금 원리금 상환에 주력해 당초 목표치(11조8천억원) 이상 빚을 갚았다.

지난해 LH의 사업비 집행이 부진했던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하면서 보금자리주택과 신도시 보상 등 신규 사업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토지보상비에 투입되는 용지보상용 채권을 4조원가량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각종 사업의 보상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목표의 절반 수준인 2조여원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LH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물량이 연초 17만가구에서 6월에 발표된 주택종합계획에서 10만가구로 축소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비 투자가 감소한 측면이 있다"며 "또 작년 상반기에는 재무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후반부터 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 발주 물량을 늘리고 2012년 지급예정인 선금을 조기 집행하는 등 사업비 집행에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절대 기간이 부족해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LH는 올해 사업비를 25조~26조원(잠정)선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집행 실적보다 4조~5조원가량 많지만, 지난해 목표치(30조8천억원)보다 축소된 금액이다.

이처럼 LH의 사업이 축소되면서 일각에서는 보금자리주택·신도시 등 공공아파트 건립과 국민임대주택, 영구임대주택 등 서민 임대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LH는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면서도 '공적역할'은 지난해보다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공공공사 발주 물량은 14조원으로 지난해(11조8천억원)보다 2조원 이상 늘릴 방침이며, 보금자리주택 착공 물량도 지난해 6만3천가구에서 올해는 7만1천가구로 8천가구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대학생 전세임대 1만가구를 포함해 다가구·전세임대로 지난해(1만7천가구)보다 1만2천가구 많은 2만9천가구를 공급한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재무구조 안정에 주력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에는 한달간 4조3천억원을 집행하는 등 10월 이후 자금 투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는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