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무자비한 문어발식 기업확장이 이제는 서민들이 소자본으로 운영하던 동네 빵집까지 삼키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의 업종보호를 위해 대기업들의 중소업종 찬탈을 막는 규제업종을 발표하고 이를 지식경제부의 주관아래 협약식까지 갖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장치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기본양식조차 저버린 대기업들의 기업확장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동네빵집인 제과점의 경우 2003년 1만8천여개소에서 지난해말 4천여곳으로 줄어, 8년새 77.8%나 감소했다.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인 빠리바게뜨가 지난해 점포수 3천개를 돌파한 것과는 크나큰 대조를 이루는 양상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중앙회관계자는 제과점이나 커피숍은 서민창업에 알맞은 업종으로 대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오너 일가에게 계열사를 안겨주기 위해 무분별한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대기업이 브랜드의 세련된 이미지와 자본력을 앞세워 마구 공략,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여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개인사업자들의 빵집에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모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모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 에 누보'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장모 사장도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 그룹 정모 전무도 '오젠'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들은 일반 음식점이나 분식집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데 LG 그룹은 과거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과 순대까지 판매하고 있고, CJ 역시 비빔밥 등 한식사업에 진출했다. 대명그룹은 계열사 베거백을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까지 뛰어든 실정이다. 이렇듯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중소기업과 상생을 외치면서도 돈만 되면 비빔밥에서 심지어 떡볶이 사업에까지 손을 뻗치는 추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는 기업윤리를 떠나 더불어 사는 상생의 의미는 없고, 약육강식의 힘의 원리만을 내세운 먹잇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느낌이다. 이들에게 과연 글로벌시대에 미래를 보는 혜안과 그를 뒷받침할 계획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