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만을 강습한 허리케인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를 나타냈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8일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날보다 0.30달러 오른 배럴당 49.91달러를 기록, 3일 연속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며 사상 초유의 50달러선에 육박했다.

WTI는 '10일 평균가격'이 47.17달러, '20일 평균가격'이 45.53달러로 최근 열흘간 유가가 보기 드문 폭등세를 나타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47.07달러로 전날보다 0.20달러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47달러대를 넘어섰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1.34달러 상승한 배럴당 38.14달러를 기록, 지난달 25일 39.11달러를 기록한 이후 한달여만에 다시 38달러대에 진입했다.

선물가격도 크게 올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 11월물과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의 브렌트유는 각각 0.26달러, 0.50달러 오른 49.90달러, 46.43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역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유가급등 충격.. 한국경제 침체 심화되나

내수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신음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국제유가 급등으로 '3차 오일쇼크'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 유가는 44분기까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연평균 배럴당 30달러대를 기준으로 마련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유가상승은 국내 물가에 바로 전가돼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에 고통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계속 상승 우려=국제 유가는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과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전망 등으로 3일 연속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 당 26센트(0.5%) 오른 49.90달러에 마감됐다. WTI 11월물은 장중 한때 배럴당 50.47달러까지 치솟았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52센트(1.1%) 오른 46.45달러에 끝나 지난 1988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같은 국제유가는 거품이 형성돼 있어 배럴당 25달러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44분기까지 계속 상승해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원유가 급등을 주장하는 시장 분석가들은 원유재고 급감, 난방유 가격 상승, 공급차질, 겨울철 원유수요 증대 등을 유가 급등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성장률 5% 물 건너가나=유가 상승은 외생적인 변수여서 별다른 대책이 없는데다 GDP 성장률 하락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우리경제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5%대 성장률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고유가가 지속되면 성장률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는 연구결과 배럴당 연평균 5달러 오르면 GDP성장률을 0.3%포인트 떨어뜨리고 경상수지를 60억달러 악화시키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현재의 유가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0.6%포인트의 성장률 하락과 120억달러의 경상수지 손실을 입게된다.

더 큰 문제는 GDP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일자리 40만개 창출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실업자가 양산돼 '개인소득 감소→소비부진→기업실적 악화→투자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기다 유가가 44분기 최악의 시나리오인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다면 GDP 성장률 5%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고 봐야한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가상승으로 서민생활 고통 가중=유가 상승은 국내 유류가격 상승과 각종 공산품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물가가 상승하면 똑같은 수입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이 줄어들어 구매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내수침체를 더 악화시킨다.

소비자물가는 유가상승으로 지난 7~8월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한데 이어 9월에는 추석성수품 수요 증가와 유가 불안이 겹쳐 다시 4%대를 유지, 3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실질임금 상승률 7.1%의 5분의1도 안되는 수준이며 물가오름폭의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둔화된 것이다.
 
유가는 또 연구결과 배럴당 연평균 5달러가 오르면 물가를 0.5%포인트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4/4분기 물가불안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