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석 인천시 연수구청장이 난무하는 인사청탁에 맞서 비장한 각오로 청탁사실을 전격 공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이 그동안 은밀하게 진행돼 왔던 인사청탁의 실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고 구청장은 "청원경찰, 주정차 단속요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곳에서 부탁이 들어왔다"며 "심사위원 전원을 교체해 선발했더니 난리가 아니다"라고 구정일기에 적었다.
연수구는 지난해 12월 결원이 생긴 청원경찰, 주정차 단속요원을 충원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2명을 뽑는 청원경찰 공모에 무려 40명이 지원할 정도로 일자리 경쟁이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고 구청장은 '늘 고압적이던 기관에서도 부드러운 안부전화와 함께 부탁이 있었고, 실무자와 이야기가 됐으니 눈만 감아주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심사 1시간을 남겨놓고 고 구청장은 심사위원을 전원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 이후 "두고 보자며 나를 보는 눈과 목소리가 영 아니다"라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인사청탁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은밀하게 이뤄져 온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다. 힘있는 기관·사람의 청탁을 안들어 주면 보복의 칼날을 들이댄다. 친·인척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인사때만 되면 난리다. 인천시 남구청도 인사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구청장에게 인사청탁을 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인천시 남구갑 당원협의회 위원장 박모씨가 구속 기소되고, 돈을 전달해 주는 대가로 돈을 챙긴 남구의회 박모 의원이 약식기소되는 일도 있었다.
인사청탁으로 공정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세력과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표나 공천을 담보로, 학연과 지연, 돈으로 자리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봐도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사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인천시 부평구청은 심지어 '청탁근절 특별대책'까지 세웠다. 청탁자나 압력행사자, 부당한 청탁을 수용한 자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경우 특별조사후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외부 청탁이 있을 때는 '청탁통장'을 만들어 집중관리하겠다고 한다. 공정사회를 지키기가 참으로 힘들다. 모두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사청탁 거부, 인천연수구청장 결단
입력 2012-01-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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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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