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출신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 아예 정치얘기에 무관심하다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정당별로 온도의 차이는 뚜렷했다. 한나라당이 매우 비관적이었다면, 야권은 4년전 이맘때보다는 상황이 역전됐다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정진섭(광주) 의원은 "한나라당이 옛날만 못해 걱정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총선·대선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거의 없었다"며 "지역구민들이 한나라당은 물론 최근 새 지도부가 출범한 민주당에 대한 언급도 거의 안하더라"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다만 "민생경제가 어려운 만큼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고 잘 해달라는 당부들을 많이 하더라"라며 "정치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보였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보환(화성을) 의원은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 5년 단임제 하에선 집권 말기에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는 올해가 개헌하기에는 적기"라고 말했다.

같은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정당 지지도가 역전됐는데 민심은 물어보나마나"라며 "젊은 층이 많은 아파트 밀집지역은 물론 여당에 우호적인 농촌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낙관할 만한 지역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역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공천에서 제외되는 25%에 포함될까' 하는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조정식(시흥을) 의원은 "경제를 살리라며 정부여당을 선택했지만 실망이 더 크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한미FTA 단독처리와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등으로 인해 민심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여당도 조만간 반전 카드를 내놓겠지만 현재로선 여권 심판론이 워낙 강해 총선은 야당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기춘(남양주을) 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 분위기는 확실한 것 같다"며 "그러나 4년 전에는 지역구민의 80%가 명함도 받지 않더니 올해엔 분위기가 역전됐으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해서라기 보다는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부상한 것과 정부 여당의 실정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호승·송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