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지연과 투기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흉으로 변질된 보금자리주택이 당초 취지와 달리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0년 3월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현장접수 현장. /경인일보 DB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겨냥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주요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과 사업지구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때문에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외에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달 사태를 빚으면서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보금자리 사업, 뿌리째 흔들린다 = 국토해양부와 경기도·LH 등에 따르면 수도권내에서 고양원흥시범지구를 포함해 11개지구(3천766만㎡)에서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사의 재정난과 사업지구내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당초 계획한 일정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사업지구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5차 지구로 지정된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급물량을 당초 9천600가구에서 4천800가구로 50% 줄여달라는 과천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당장 이번 과천의 물량 축소로 인해 하남 미사·감일·감북지구 등 3개 지구가 집중돼 있는 하남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실제 4차 지구인 하남 감북보금자리주택지구는 현재 소송에 휘말려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앞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1~3차 지구도 LH의 보상 지연 등으로 어렵다. 가장 빠른 보상률을 보이고 있는 구리 갈매지구가 40% 정도만 협의 보상에 이르렀고 부천옥길, 시흥은계는 고작 23%선의 보상률에 머물고 있다. 남양주 진건지구는 주민 반발이 워낙 강해 보상진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당초 목적이 퇴색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 정책 수정 필요 =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변화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정책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양원흥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에서 사전예약자 당첨자 2명 중 1명이 본청약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전예약 적격 당첨자 1천850명을 대상으로 본청약을 받았으나 894명(48.3%)만 본청약을 했다. LH는 신규 일반공급 물량 1천333가구에 사전예약 당첨자 포기분 956가구를 포함해 2천289가구의 신규 청약을 받았다. 본 청약률이 떨어진 이유는 5년간 거주하고 7~10년간 전매가 제한돼 가격 매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예약제의 타이밍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사전예약제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지금은 가격 하락기이기 때문.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단지는 본청약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도 관계자는 "무리한 공급계획보다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계획을 다듬고 한 지역에 대량으로 공급해 지자체와 논란이 됐던 것을 피하기 위해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소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인기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전망 = 연내 발표할 예정인 6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은 물론 올해까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키로 했던 정부의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LH의 자금난과 갈수록 확산되는 지역이기주의가 서민주택 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는 민간업체의 참여가 가능해진 점에 의의를 두고,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일자리 중심의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다. 도는 '지역현안사업형 보금자리주택 전환지구 조성'을 위해 자족시설용지 비율을 20% 이상으로 강화하고, 보금자리주택사업 도지사 승인권한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서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일자리 중심의 친환경 복합단지 조기 조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와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