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주겠다며 시작된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2009년 9월 하남미사지구 등 시범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지난해말까지 6차례에 걸쳐 총 23개 지구가 지정됐다. 이 가운데 11개 지구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 그러나 고양 원흥지구만 착공됐고, 하남미사·구리갈매만 보상이 진행되고 있을 뿐 나머지 8개 사업지구는 보상조차 추진되지 않고 있다.

임대보다 분양이 많다보니 투기자본이 몰려 주변 부동산 가격만 올려 놓는 부작용이 속출, 해당지역 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다 5년간 거주하고 7~10년간 전매가 제한되다보니 가격 매력이 떨어져 원흥의 경우 본청약률마저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업 진행이 느린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애초 무리하게 사업일정을 짠 탓이 크다. 당초 올해까지 12만가구로 돼있던 계획이 32만가구로 확대됐다. 가격하락기에 예약제를 도입해 타이밍도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긴급처방을 발표하고 나섰다. 분당과 맞먹는 규모의 광명 시흥보금자리주택지구의 원점 재검토에 나선 것. 2년동안 답보상태인 광명시흥지구에 대해 최초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말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으로 가능해졌다. 또 LH가 대지지분의 51%, 민간이 49%를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건설회사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리츠 등의 참여를 유도키로 했다. 이와함께 주택건립가구수를 주변수요에 맞게 축소하고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방안 등으로 이 지구가 연내 정상화되면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내 6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은 물론 올해까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키로 했던 정부의 목표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H의 자금난과 지역이기주의 확산이 서민주택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원점 재검토'의 강수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광명 시흥보금자리주택 '새판짜기'가 표류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사업 추진의 촉진제가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궁극적으로는 무리한 공급계획보다 소비자 요구에 맞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