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야권 통합을 위해 옛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을 선언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총선 역할론에 대해 "당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그가 염두에 둔 `당이 필요로 하는 일'에는 자신의 4월 총선 출마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28일 광주 무등산 등반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측근들은 연말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손 전 대표가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 지역구인 분당이든, 일각에서 요구하는 강남 등 민주당 약세지역이든 간에 만약 지역구에 나서 당선된다면 오는 6월부터 국회에 등원하는데, 곧이어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때문에 손 전 대표로서는 7∼8월 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
한 측근은 27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선에 나서기 위해 당선된 지 한두 달 만에 사퇴해 보궐선거가 열린다면 어느 지역구민이 좋아하겠느냐"면서 "자신의 대권욕을 위해서 총선을 이용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손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락과 관계 없이 대권주자 경선에 나설 것이 확실한데 어떻게 지역구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정치 신인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그의 생각도 일치감치 불출마 결심을 한 요인이 됐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4ㆍ27 분당을 보궐선거 당시, 당내에서 출마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출마 선언을 했으나, 그에 앞서 김병욱 분당을 지역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다른 관계자는 "열세 지역이라 하더라도 묵묵히 텃밭을 일궈온 정치 신인들이 있다"며 "인지도와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계속 양보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지금은 손 전 대표가 지난해 분당에 도전할 때보다 정치적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면서 "강남보다도 어렵다는 분당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손 전 대표는 제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도 "불과 1∼2년새 종로에서 분당으로, 분당에서 강남으로, 이런 식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당을 위한 헌신이라고 포장해도 국민은 결코 두 번 감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 전 대표는 앞으로 대권 도전을 위한 정책 개발과 비전 구상에 전념하는 한편 총선에서는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충청, 강원 등 전국의 주요 접전지에서 야권 후보 당선을 위한 유세 지원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