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커피점과 제빵사업에서 자진 철수하고 LG의 아워홈도 순대·청국장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반향이 어느 정도일지 감지되지 않으나 주목거리다.
대기업들의 동네상권 침탈이 도를 넘어섰다. 대형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이 경쟁적으로 골목시장을 접수, 전통시장과 구멍가게들을 빈사(瀕死)지경으로 몰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피자와 치킨업체들까지 압박하고 있다.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가 동네 빵집들을 초토화시키는 와중에 최근에는 철부지 재벌 자녀들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새로 소금장사에 나섰으며 동부그룹과 이마트는 농산물 도매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이뿐 아니다. 콜택시, 신발 및 의류도매, 물티슈, 골프연습장은 물론 심지어 떡볶이시장까지 넘보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길거리 포장마차와 대리운전도 재벌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자영업 붕괴 및 양극화 심화는 당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가앙등에도 크게 기여했다. 과도한 프랜차이즈 비용으로 치킨과 피자값이 지난 5년간 무려 3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그럼에도 눈만 뜨면 생경한 프랜차이즈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 고물가는 더욱 심해질 예정이다. 최근 소금가격 급등은 대기업 참여로 서해안 일대의 영세 천일염 업체들이 줄도산한 것이 배후요인이란 해석도 있다. 오죽했으면 '낙숫물이론'의 전도사인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들의 게걸스런 문어발 확장을 강하게 비판했겠는가.
신자유주의가 근본원인이나 현 정부탓이 더 크다. 공정거래를 빌미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 폐지와 출자총액제한 완화, 금산분리 완화 등 재벌들의 고삐를 한꺼번에 풀어준 것이다. 산에 가서 늑대를 사냥하라 했더니 집토끼들만 잡은 꼴이어서 정부 당국자들은 유구무언이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3년간 대기업계열의 가짜 중소기업에 무려 7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자영업 위기는 내수침체로 귀결되어 종국에는 대기업의 목줄까지 죈다. '점령'운동도 결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다보스포럼 참석자 70%가 카지노자본주의를 개탄하는 상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대기업 스스로 자영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붙여야할 것이다.
떡볶이 장사까지 넘보는 지경이니
입력 2012-01-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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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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