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이 새해 벽두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통계로 20억달러 가량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2010년 1월 적자를 기록한 이후 23개월간 지속된 흑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앞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적자 가능성 언급이 있긴 했지만끝내 두자릿수 적자를 보이며 실물과 금융경제에 일단 적지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무엇보다 구조적인 요인을 빼놓고서 이번 무역적자의 배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단 현상적 통계치만 놓고 보면 유럽 재정위기 해결 지연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1∼20일만을 한정한 수출 대상국별 실적에서 우리나라의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작년 동월에 비해 무려 44.8% 감소했다. 일본 (37.2%), 미국(23.3%), 아세안(22.3%), 중국(7.3%)으로의 수출 증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더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이어진다면 금년 한국무역의 순탄한 행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흥국 시장 개척으로 험로를 뚫으며 지난해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했지만 신흥국 시장을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중국경제마저 경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정부당국은 시기적 요인에 더 방점을 찍으며 1월 통계만으로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말 밀어내기 수출에 따른 1월 수출물량 감소와 긴 설 연휴로 인한 조업단축, 고유가에 맞물린 원유 도입비용 증가 등이 적자를 초래한 직접적 요인이므로 추후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2-3월까지 묶어서 봐야 정상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면서 '섣부른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1월 무역수지 통계를 보면 1월은 그러한 시기적 요인 탓에 적자가 빈발했다. 2008년 40억달러, 2009년 38억달러, 2010년 8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1년에만 예외적으로 고가의 선박 인도 등 조선분야 수출호조에 힘입어 25억달러 흑자를 찍었다는 것이다. 올해 1월에도 예년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진 것이므로 크게 요란을 떨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1월의 수출금액이 감소한 것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2011년 1월에 단일 건으로 21억달러 짜리 선박이 인도된 것이 수출 통계로 잡힌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에는 조선 분야에서만 역대 월간 최대인 67억4천만달러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1월에 선박 분야 수출이 예년과 비교할 때 나쁘지 않았음에도 작년 동월 대비 41.5% 감소한 것은 바로 이러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한국무역은 가시밭길을 밟아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경부는 올해 수출은 6.7% 증가한 5천950억달러, 수입은 8.7% 늘어난 5천700억달러로 보면서 무역흑자 25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과연 한국무역이 불안한 출발을 뒤로 한 채 올해 전체 레이스에서 속도를 붙여가며 견조한 행보를 회복할지, 아니면 페이스 저조에 시달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