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부실기업 판정을 하루 앞둔 2일 고합, 신호제지, 영창악기, 신동방등 판정기업명단에 들어있는 10여개 경기·인천기업들의 임직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치앞도 가늠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하며 피말리는 하루를 보냈다.
 발표시한인 3일 오후 4시이후까지 15시간 정도 남겨놓은 이날 자정까지도 이들 기업들의 임직원들은 건물내 곳곳에 불을 켜놓고 TV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생사(生死)의 갈림길인 '회생'과 '퇴출'이라는 엇갈리는 소문에 일희일비했다.
 국내 3대 나일론원사 제조업체중 하나인 의왕시 고천동 (주)고합은 울산공단 2단지에 있는 필름라인을 해외매각하는 조건으로 회생결정이라는 소문과 재무구조 악화로 퇴출이라는 소식이 엇갈리면서 삼삼오오 모여 앞날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갈등과 불안을 부추겼다.
 의왕공장의 손남규상무는 “회생이 결정되면 전직원들이 합심해 살릴수 있다. 원사의 1일 생산능력한도가 168t인데 90%이상 라인을 가동하고 있을 정도로 일감이 많다”며 “우리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애타는 마음을 내비쳤다.
 폴리에스텔과 나일론 원사를 제조하는 고합은 종업원 700여명에 20여개의 협력업체가 의왕과 안양지역에 있어 퇴출이 결정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며 시민들도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20여명의 종업원이 고급 필기용지를 생산하는 평택시 진위면 신호제지 역시 직원들이 대입시험을 마친 수험생보다 더 안타깝고 속타는 심정으로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이 회사 총무부장 이승훈씨(44)는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인원감축과 경상이익 실현을 위해 전직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올해는 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있어 살아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다만 기다릴뿐”이라는 말로 착잡한 심경을 피력했다.
 인천시 서구의 영창악기는 일단 회생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간부는 물론 노조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김민식 노조사무국장은(37)은 “흑자를 내면서도 워크아웃에 포함돼 직원들의 고충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루 빨리 모든 것이 정리돼 회사 본연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매각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 신동방 용인공장의 경우 제3자 인수의 경우라도 인원감축은 없다는 다짐을 받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현대건설의 도내 사업장과 이미 퇴출이 결정된 동아건설의 아파트 건설현장도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듯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이 알 수없는 미래를 한탄하고 있었다.
 /朴峴秀·張學鎭기자·parkh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