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간 '총선공약 베끼기' 논란이 한창이다. 공약 베끼기는 늘 선거때만 되면 언론에 보도되는 단골기사 메뉴이다. 그만큼 서로간의 공약 베끼기가 반복돼 왔고 실제로 공약이 유사했다는 방증이다. 정당이 정책을 갖고 대결하는 것이 존립목적인 바에야 어찌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정책공약들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이라는 데 있다. 특히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이 이슈화되면서 지금까지 포퓰리즘 논란이 계속돼 오고 있는 '퍼주기식' 복지를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그 심각성과 우려되는 바가 크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0~5세 완전 무상보육, 고등학교 의무교육,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똑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통합당이 군복무자에게 매달 30만원의 사회복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자 새누리당은 현재 10만원 안팎인 사병 월급을 최대 40만원까지 올리자는 의견을 내놨다. 또 새누리당이 현재 57~58세 수준인 정년을 단기적으로 60세로 연장하겠다고 나서자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주선 의원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총론'은 물론 재벌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영역 침범을 막아야 한다는 세목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 같은 공약들은 실제적으로는 지원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복지공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복지분야의 예산을 늘리는 만큼 반드시 다른 분야의 예산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는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여야가 그게 그거인 공약을 내놓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며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에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그토록 시급하고 국민들에게 자랑처럼 내세울 수 있는 사안이라면 왜 18대 국회에서 법제화하지 못한 채 내내 싸움질만 해댔는가.

후안무치한 기성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처절하기만 하다. 여야의 '되돌이표' 공방을 바라보면서 안풍(安風)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개혁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