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학원가의 학생 모집 열기가 뜨겁다. 학원가를 드나들지 않고는 원하는 대학 진학은 물론 하다못해 유치원이나 초·중·고에서조차 학업성적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학부모들의 극성이 학원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울 것이다. 학교 무상급식은 복지사회 실현 명목으로 매달리면서 정작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던 공교육 살리기에는 교육계에서조차 아예 입에도 올리지 않는 것이 요즘 교육계의 풍토다. 학원가에선 간판 밑에 명문대 입학생들의 입학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학생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명문학원의 명성을 얻기 위해 일부 족집게 학원에서는 시험지 빼돌리기도 불사한다. 최근엔 전문족집게 외국어학원이 토익시험지를 소형 만년필 카메라로 찍고 독해력 시험문제를 녹음해 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져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학원가의 난립은 공교육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부담을 늘려 가계경제에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공공요금을 비롯해 치솟는 물가로 일반 봉급자 등 서민가계에 주름이 펴질 날이 없는 판국에 관계 당국은 전인교육의 텃밭인 공교육 살리기엔 아예 입을 다문 채 학교폭력이나 대학등록금 등 현실문제에만 급급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의 교육대책엔 아무런 대안 제시가 없다. 학교폭력이나 대학등록금 문제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교육은 진보세력들의 목소리만 커져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교권이 흔들리는 혼돈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우리 경제사정은 실질임금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사교육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올라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의 유치원 납입금은 2008년 2월과 비교해 24.5%나 올라 소비자물가보다 10% 이상 올랐고, 같은 기간 초등학생 학원비는 18.6%, 고등학생 학원비도 17.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특별과외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하는 이른바 족집게 과외에 쏠리는 비용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이 모두 학원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부실한 공교육으로 인해 빚어진 현실이다. 교육계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인성을 키우는 학교에선 폭력이 난무하고 유치원에서부터 학교교육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가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공교육살리기 방안이 절실하다.
공교육 언제 제자리에 서나
입력 2012-02-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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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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