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체결한 수출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인지역 수출업체들이 환율급락으로 인한 경영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7일 경기·인천지역 수출업체들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4년2개월 만에 달러당 1천110원대(5일)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환율이 급락하면서 각 기업의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기업은 적자수출까지 감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PVC관련 제품을 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인천시 부평구 K사는 1~2개월 전에 제품 수출계약을 했으나 최근 환율 급락으로 월평균 2억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인도, 쿠웨이트 등에 전자부품소재를 수출하는 인천 남동공단의 S사도 지난 9월 계약을 체결한 제품을 수출하면서 제조원가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0억원 매출목표를 세운 이 업체는 경기침체와 환차손까지 겹쳐 1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가파른 원고현상으로 경인지역 중소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 현재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의 신장세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이 대부분 원자재값 폭등을 비롯, 갖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로봇팔 부품을 수출하는 인천 서구 가좌동 U사 관계자는 “비철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데 원자재 값이 지난해보다 무려 60% 가량 오른데다 환율하락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배터리팩 등 2차전지 산업의 국내 선두주자인 수원 i사 관계자는 “수출품 마진이 4~5%인데 환차손이 2%이상 떨어진다면 수지를 맞추기 힘들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리자 무역협회, 인천상공회의소 등 경제지원기관들이 나서 환율전망 등에 대한 설명회 등 중소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특히 경인지역의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환위험 관리시스템 구축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남동공단의 한 수출기업 해외영업 담당자는 “실무자 입장에선 환위험 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회사측에서 이를 거부하기 일쑤”라며 “환위험 관리시스템을 불필요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업주들의 경영마인드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인업체 90% '환위험' 노출
환율하락으로 경인지역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
최근의 환율하락은 국내 요인이라기 보다 약달러 흐름 탓으로 정부의 대응이 쉽지 않고 추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인위적인 환율방어에 대한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의 입장이 달라 정책결정에도 혼선이 우려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금감원이 밝힌 '국내은행 리스크관리 평가대상 기업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설문응답 기업(245개) 중 35.9%는 환위험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비율이 45.8%에 달했으며 환위험 관리 기업도 내부관리체계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환위험 관리를 하는 중소기업은 이같은 수치를 훨씬 밑돌 것이라는 게 수출업계 현장의 목소리다.
경기·인천지역의 수출 중소기업 10개 가운데 1개기업만이 환율대책을 갖고 있을 뿐 대부분은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환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시급히 환위험 관리체계를 갖출것을 주문하고 있다.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과거엔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정책으로 환율이 기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기업이 환위험 관리비용을 추가비용으로 인식하면서 환위험 관리가 미흡했다”며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환율변동 제한폭이 철폐되고 자유변동환율제가 이행되면서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투자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환율 변동폭은 더욱 커지고 환율방어 예측도 불가능해지고 있다”며 “따라서 환위험 관리를 위한 적절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환율은 기업의 채산성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환위험 관리란 다양한 기법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환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내부적 관리기법과 외부적 관리기법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적 관리기법으로는 △자금의 유입과 지급을 금액 및 기간별로 일치시킴으로써 환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인 매칭(Matching) △본지사간 또는 지사 상호간
[월요기획] 환율추락, 수출업체 경영난 악화
입력 200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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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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