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00원 폭락한 1천65.40원에 마감돼 7년만에 처음으로 1천60원대로 주저 앉았다.

당국의 이렇다할 시장개입이 없는 가운데 지난 15일 1천100원선이 붕괴된 이후 불과 4영업일 동안 40원 가까이 폭락, 시장 참여자들 마저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왜 이렇게 폭락하나=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전날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의 달러약세 용인 발언에 이어 유럽중앙은행이 시장 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엔달러환율이 103엔대로 주저 앉았고 그에따라 원달러 환율도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호황으로 기업들이 받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 시장에 달러 공급우위 상태를 지속시키면서 환율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은행 외환자금팀의 이승식 차장은 “시장 매도세력인 수출업체들은 조금만 오르면 달러를 내다팔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수세력 마저도 자취를 감춰 당분간은 자율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게됐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이날도 일부 시중은행들이 저점매수에 나섰다가 환율이 급락하자 손절매물을 쏟아내는 등 하락세를 부추겼다.

●투기세력은 없는 듯=투기세력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순수하게 달러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같다”면서 투기세력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외선물환(NDF) 거래량이 최근에 큰 변동이 없는 점을 들어 투기세력의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수급측면에서는 기존의 달러 보유물량은 거의 나온 것 같지만 수출대금 등 새로운 물량이 계속 유입되고 있으며 투기세력이 크게 움직이는 정황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천50원선 붕괴 가능성도 제기=시장에서는 1천50원선이 바닥이라는데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왔으나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1천50원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승식 차장은 “적정 균형점은 1천50원으로 보고있지만 일시적으로 하회 돌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의지가 강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여타 선진국에서 달러약세 기조를 용인하는 현재의 세계 외환시장 분위기가 지속되면 1천원대도 무너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바닥'이라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심리적인 요소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낙폭이 크다'고 인식하면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앞으로 1천50원선도 뚫린다고 봐야 한다”면서 “문제는 수출업체들이 달러물량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도 물량이 많이 나왔지만 '사자' 세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1천50원선 밑으로 떨어진 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국개입 시점=G20재무장관 회의결과 등이 앞으로의 변수.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물량이 계속 시장에 나오는 가운데 당국이 어느 시점에서 개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개입시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시장의 입장이 엇갈린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통화 절상이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너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외환당국도 엔/달러 환율과 세계적인 달러약세가 진정될 때 개입하는게 명분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극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는 20일로 예정된 G20 재무장관 회의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이 또한번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