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 인천본사 경제부장
봄이 무척이나 그립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에서 생명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봄을 모두가 기다린다. 겨울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찾아오는 봄이기에 그리움이 더 깊다.

긴 겨울의 터널속에 갇혀있는 부동산 경기가 언제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높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 뿐이다.

인천의 대형사업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루에 이자는 수천만~수억원을 내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자 인천의 대형사업들은 일제히 멈춰선 상태다. 특히 분양불패의 신화를 이어오던 송도국제도시에서조차 아파트 분양에 나섰던 공기업이 청약률 제로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기업 대표는 물론이고 분양관련 실무자들이 물러나기도 했다.

공기지연으로 아파트 입주자 및 예정자들이 집단소송을 내고, 투자유치가 제대로 안돼 대형사업을 이끌었던 사람과 조직이 바뀌었다. 기업과 행정기관의 갈등은 결국 법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사업은 중단되고 짓다만 건물은 흉물이 되어 곳곳에 널부러져 있다. 최근 2~3년 동안 인천에서 자주 보였던 모습이다.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의 루원시티, 옛 인천대 터를 재개발하는 인천도화구역 개발, 영종·청라지구 개발, 도시공사의 대형프로젝트 사업 등이 새로운 책임자를 맞이하면서 변화를 꾀한다는 소식이다.

도시개발공사와 관광공사가 통합된 인천도시공사는 오두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긴장을 하고 있다. 코앞으로(5월) 다가온 구월보금자리 분양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송도 웰카운티 분양 참패의 악몽이 여전한 가운데 도시공사 유동성 극복과 실추된 자존심의 회복을 위한 '분양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여의치 않지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며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과거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콜센터 운영에 나섰고, 직원 300여 명 모두가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2014 아시안게임 미디어촌으로 활용하려던 구월보금자리 S-2 블록(706가구)을 당초 계획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미분양에 따른 위험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천시와 도시공사는 도화구역개발 계획도 바꾼다는 방침이다. 아파트를 줄이고, 산업시설과 문화시설, 공공기관 유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아파트분양 위주의 도시개발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6만6천㎡의 주상복합 계획은 아예 백지화했다. 인천시와 도시공사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의 기존 틀을 허물고 새로운 각도에서의 사업구상을 통해 위기를 넘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천의 개발사업 중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LH도 루원시티, 청라·영종에 대한 변신, 개선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 입체복합도시 건설을 놓고 인천시와 갈등을 겪었던 LH는 실무책임자 변경 이후 활력을 찾고 있다. 중앙부처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7년여 동안 사업이 표류됐던 경인고속도로 직선화도 최근 기공식을 갖고 본격 공사에 들어간데 이어 철거도 3월말 하기로 결정됐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토지이용계획 변경 및 공공기관 유치 등의 현안이 남아있지만 '루원의 봄'을 위해 LH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혀 기대되고 있다. 신임 청라영종본부장은 지지부진했던 앵커사업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LH 본사 차원에서 올해 이 두 지역을 핵심사업으로 분류하고 1조1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자연의 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지만 꼬일대로 꼬인 '대형사업의 봄'은 절대 그냥 오지 않는다. 강한 의지와 열정, 노력과 땀이 있어야 진정한 봄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