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4D 테마파크를 선보였던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가 자살했다. 최은석. 향년 39세. 목숨을 거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다. 그는 한국멀티미디어디자인의 국내 1인자였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97년 청와대 등 정부기관 웹페이지를 만들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4년 3D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건물 벽면에 다양한 이미지를 투사해 변형시키는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여 천재라는 명성을 들었다. 지난해 말 '2011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에서 차세대콘텐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달 초 3D에서 한단계 진화한 4D테마파크를 구현해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던 그가 LA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멀티미디어 광고디자인업계에서 '스티브 잡스에 버금가는 크리에이터'로 불렸다. 대학을 졸업하지도, 정식으로 디자인 공부를 하지도 않고 디자인과 IT기술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선 천재였지만 교만하지 않고 겸손했으며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였다. 개방적이고도 유연한 성격으로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절대적인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그는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뒤 투자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재능있는 한국의 벤처 창업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고민에서 그 역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이땅에서 벤처창업자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단연 자금력이다. 벤처창업자들은 자금을 투자 받기 위해 벤처투자자의 사무실을 기웃거리게 되고 어렵게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독촉에 시달리며 성공해야 한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의 아니게 조직폭력배의 돈을 받아 그들로부터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뛰어난 기술 하나만으로 성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을 부러워했을뿐 최은석의 존재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부는 때만 되면 벤처를 육성해야 한다고 하고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성공한 벤처투자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난리다. 그런 와중에 촉망받고 패기있던 최은석은 우리들의 무관심속에서 목숨을 끊었다. 누가 이 천재를 죽였는가.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입력 2012-02-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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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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