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답답하지만 남은 임기동안 원칙에 입각해 주요 현안을 완수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연한 소회이자 마땅한 각오이다. 레임덕에 빠진 상황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추진력이 예전 같지 않고, 임기말에 터져나오는 측근 비리와 야당의 태도 돌변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래도 국익만 생각하고 남은 1년을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는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마지막 연차 기자회견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만큼 국민과 여야 정당은 대통령의 충정을 사족없이 수용하는 관용을 베풀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답답한 현실을 스스로 자초한데 대해 대통령의 자책과 사과가 없었던 점은 유감이다. 그는 측근 비리와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쳤다"며 "국민 여러분께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 정도였다면 '심경의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성과 사과를 해야 했다. 대통령은 국정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국민을 향한 최고권력자의 메시지는 직설적이고 명료해야 한다. 행간에 진의를 숨기거나, 맥락에 포괄하는 식의 발언은 혼란을 부른다. 굳이 야당의 논평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자회견을 지켜 본 국민들이 대통령의 진심을 명료하게 수용했을지 의문이다. 새로운 출발과 의미있는 마무리 모두 진정성 있는 성찰과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사과해야 할 대목에서 사과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

리더십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걱정이다.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등 현안에 대한 야당의 말 바꾸기가 "답답하다"며 야당 지도자들의 과거 발언을 일일이 열거했다. 대통령의 지적은 기본적으로 옳다. 말을 바꾼 야당지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심판을 치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야당 지도자들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여야의 정당 지도자와 자리를 함께 하는데 매우 인색했다. 여당 실세인 박근혜 대표와도 소통하지 못해 정권의 동력인 여당은 늘 분열된 상태였다. 국민은 임기말의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지금 처럼 고독하고 고립된 리더십으로 임기의 안정적인 마무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우리는 올 한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국내외 난제들은 산적해 있다. 대통령 혼자 감당하기 힘든 짐이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남은 임기 동안 여야를 포용하고 초월하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