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꽃매미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포도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22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의 한 포도농가에서 경기도 농업기술원 직원이 꽃매미 완전 박멸을 위해 꽃매미 알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새까맣게 변한 포도나무를 보면 제 속도 시꺼멓게 타들어갑니다…"

22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의 한 포도농가. 150여그루의 포도나무 가운데 무려 100여그루가 군데군데 색깔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2㎜ 안팎의 꽃매미알 수십개가 곁가지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들은 이 알들을 쇠붙이로 긁어내 수거한 뒤 불에 태워 구제했다.

겨울 전 수액을 빨던 성충이 그 곳에 알을 낳은 탓에 알 무더기 주변은 어김없이 나무 색깔이 검었다. 무려 27년간 이 포도농장을 운영해 온 A(54)씨는 요즘같이 어려울 때가 없었다고 푸념한다.

A씨는 "한-칠레 FTA 발효로 칠레산 포도가 물밀듯 밀려올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2년여전부터 느닷없이 꽃매미가 출현해 피해가 막심하다"며 "꽃매미 탓에 자식같이 키운 포도가 출하하자마자 질 낮은 포도로 분류됐을 땐 속이 타들어갔다"고 말했다.

기상이변으로 지난 2006년부터 출현한 꽃매미 탓에 경기도내 포도 농가와 방역당국이 비상이다. 알이 부화하는 5월 이전 알 상태에서 박멸하기 위해 농가와 당국이 겨울철부터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개체수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최근엔 친환경재배 농가가 늘면서 농약사용률이 낮아져 꽃매미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에 불과하던 꽃매미 발생구역은 지난해 7천463㏊로 5년새 7천배 이상 많아졌다. 꽃매미는 포도나무 즙을 빨아먹어 가지를 고사시키거나 진딧물처럼 '감로'라는 물질을 배설해 잎과 포도알을 검게 변색시킴으로써 광합성을 방해, 포도의 출하량과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최근 농업기술원이 도내 농가들을 대상으로 꽃매미 분포율을 조사한 결과, 분포율은 평택이 64%에서 80%로, 안성이 70%에서 72%로 각각 지난 해보다 증가하자 경기남부 전역에 대한 방역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 농기원 이수영 작목기술팀장은 "꽃매미 완전 박멸을 위해 한 포도농장당 3차례에 걸쳐 방문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해민·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