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900조가 넘어섰다. 사상 최대다. 2010년 2분기 800조를 넘어선지 1년반만에 100조 넘게 증가했다. 놀라운 증가세다. 이런 추세라면 1년안에 1천조 시대를 돌파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4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22조3천억원 증가한 912조 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양은 늘어났고 질이 나빠졌다는데 있다. 가계대출 증가에 골머리를 앓던 정부가 은행 대출을 규제하자 서민들이 금리가 높은 신용협동조합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악성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4분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6조2천억원 증가했지만 제2금융권 대출은 7조9천억원 늘어났다. 전형적인 풍선 효과다.

문제는 서민 대출이 대부분 생계형이라는데 있다. 불황이 지속되자 수입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주는데 지출은 늘어나 생활자금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빚 갚을 능력은 떨어졌다.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10년 103.4%에서 지난해 109.6%로 6.2% 포인트 상승해 가계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고충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이상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불안의 징후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적금과 보험의 해지가 크게 늘었고 카드 돌려막기가 성행하고 있다. 서민들의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실물경제 역시 좋을리 없다.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도 넉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1월 무역수지는 19억달러 적자로 2년만에 흑자 행진을 마감했다. 유럽위기, 고유가, 엔저 현상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서민경제 악화와 실물경제 침체가 만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이미 우리는 경험했다. 3, 4월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휘청거릴 것이다. 담보 대출로 영업자금을 쓰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