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지난달 말 실시한 경기·인천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정치권에 매우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응답자의 50% 가까이가 현역의원 물갈이를 주문했다. 공천쇄신을 약속한 여야 정당들이 경청해야 할 국민정서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도민 응답자 70% 이상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대선 출마보다는 도정에 전념할 것을 주문한 대목이다. 김 지사는 자신의 대선출마에 대해 압도적 다수의 도민이 왜 부정적인지, 그 배경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도민이 김 지사의 대선출마를 말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유사 사례의 불쾌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민선 경기도지사는 막강한 도세(道勢)에 힘입어 서울시장과 함께 대선후보군에 자동적으로 포함되는 정치적 지위를 누렸고, 역대 민선지사들이 실제로 그런 정치행보를 택했다. 민선1기인 이인제 전 지사는 재직 중 여당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뒤 탈당해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출마를 강행했지만, 이후 수없이 당적을 변경하는 정치유전을 겪었다. 손학규 전 지사 역시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포기한 뒤 야권의 핵심인사로 성장했지만 그를 사랑했던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적 지위를 획득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도지사가 대선 국면에 휘말리면 도정에 전념하기 힘들다. 이 전 지사의 경우, 임기중 사퇴로 10개월 가까이 부지사가 직무를 대행해 도정이 흔들렸다. 손 전 지사는 임기를 마쳤지만 대선 출마 논란으로 도정 주변이 시끄러웠다. 현직인 김 지사 역시 지난번 연임 출마를 결정할 때까지 재출마와 대선 행보를 놓고 주변의 추측이 난무한 바 있다. 또 총선 이후 대선정국이 전개되면 임기중 사퇴 여부를 놓고 정치권의 입방아가 거세지면서 도청 주변이 소란해질 수도 있다.

민생이 고단하다. 경기도민은 도지사에게 애매한 대선행보보다는 도민의 민생고 해결을 위한 도정에 전력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도민의 57%가 김 지사의 도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70%가 대선 출마를 반대한 것은 이러한 기대의 표명이다. 김 지사는 도민의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자신의 행보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김 지사의 대선출마 여부는 전적으로 그가 결단할 문제이고, 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좌고우면으로 인한 혼란이 반복되면 도민의 실망을 사고 본인의 정치이력에도 유익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