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부 대학들이 드라마 제작지원비로 억대의 금액을 협찬하고도 예상했던 대학홍보 효과는 미미해, 돈만 낭비했다는 논란이 이는 모양이다. 얼핏 생각에 학교홍보를 위해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비를 지원하고 캠퍼스와 강의실 등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는 타당해 보인다.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한 방송사의 난립으로 간접광고가 횡행하는 마당이니, 대학들이 이런 환경을 학교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라의 인재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사기업처럼 광고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입시 즈음이면 신입생 유치를 위한 대학광고가 범람한다. 그런데 그 광고내용이 대부분 과장된 교통편의와 취업률을 강조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특히 소위 지방소재 하위권 대학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육성의 비전이나 교수진의 면면보다는, '전철로 OO분 거리'를 앞세우니 낯 뜨겁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학교 이미지 홍보를 위해 드라마에 돈과 장소를 대주는 제작비 지원 경쟁을 벌인다니 어처구니없다. 지금 온 나라가 대학 반값등록금 문제로 시끄럽다. 여야 정당이 등록금 인하 폭과 재원마련 방안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시장논리에 맞는지 여부를 놓고 이념적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또 반값 등록금과 같이 획기적인 등록금 인하 정책이 부실대학의 명맥 유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가용재원을 대학의 내실 강화보다는 이미지 홍보와 같은 겉치레 홍보에 낭비한다니 참으로 철 없는 짓이다.

지금 부실대학을 퇴출시키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학들이 이런 엄중한 분위기를 자각한다면, 재원을 어디에 써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양질의 교수진과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점 육성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데 가용재원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재단의 출연금도 늘려야 하고 적립금도 헐어 써야 한다. 그래야만 등록금 지원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의미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토당토 않은 신입생 모집광고와 간접홍보를 위한 드라마 제작지원에 돈을 낭비한다니 전형적인 외화내빈이다. 그럴 돈이 있다면 장학금을 한푼이라도 더 늘리는 것이 옳은 일이다. 개탄할 만한 무개념 대학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