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전화해서 황당하시겠지만, 도움을 드리려는 겁니다. 억울하게 세금내면 안 되시잖아요."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정모(65·여)씨는 최근 A세무회계사무소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 2004년 상가건물을 팔 때 실거래가격보다 낮게 다운계약서를 써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 직원은 "계산해 보니 총 1억원 정도의 세금이 나올 수 있고, 세금 추징당하기 전에 손을 쓰면 5천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며 "관심이 있으면 우리 사무실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날벼락을 맞은 정씨는 여기저기 알아보다 한 세무사로부터 "다운계약서를 썼더라도 거래일이 2004년이며 관할세무서에 기준시가로 신고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하마터면 영문도 모른 채 5천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바칠 뻔했다"며 "정식 세무사도 아닌 직원이 나에게 이런 전화를 한 것은 완전 사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운계약서'는 부동산 매매를 하면서 실거래 가격보다 낮춰 신고하는 것이다. 매도인으로서는 양도소득세를 낮출 수 있고, 매수인은 취득·등록세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이뤄졌었다.

하지만 2006년 이후부터는 실거래가신고시스템이 도입돼 허위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거래 당사자와 중개업자에게는 취득세액의 3배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고, 중개업자는 영업정지, 등록취소 처분 등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세법 상식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약점을 이용해 다운계약서를 썼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절세시켜 주겠다고 하는 세무회계사무소의 직원은 물론이고, 최근엔 다운계약서 작성을 빌미로 매수인이 의도적으로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거나 매매대금을 깎아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또 부동산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을 알고 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구청에 신고하겠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시 다운계약서를 썼더라도 실거래가신고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이고, 기준시가로 신고했다면 세액을 추징당하지 않는다"며 "다운계약서를 썼다고 협박하는 사람이 있으면 요구에 응하기보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