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진 / 사회부
얼마 전 도박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던 외국인이 출입국관리소로 이송되는 도중 도주했다 40여일 만에 자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느슨한 수갑을 풀고 도망가 잠적해 버렸다.

취재가 들어가자 경찰 관계자는 '우리부서에 그런 사건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또다시 경기청 간부들에게 확인했지만 모두들 "그런 일 없다"며 오히려 취재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다.

처음에는 '모르쇠'로 변명하는 것 아닌지 의심했지만 확인 결과, 업무과실이 드러날 것을 염려한 팀장 이하급 직원들이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자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강해이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최근 한 달 사이 현직경찰관이 의붓딸을 성폭행하다 구속됐고, 경찰서 간부는 사행성 게임장에 돈을 투자한 뒤 수익을 챙기다가 덜미가 잡혔다. 또 여성청소년계 담당 경찰은 호프집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혔고, 앞서 양평경찰서에서는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내 입건되기도 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갔는지 총체적인 시스템의 위기가 읽힌다.

경찰의 기강해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터질 때마다 자체교육과 대대적인 감찰 활동을 통해 자정활동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시간이 다소 지나면 흐지부지돼 왔다. 물론 오비이락일 수 있다. 또 조직이 거대하다 보면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주야(晝夜)를 시민들의 안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경찰공무원들이 더욱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경찰이 본연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이런 흐트러진 정신자세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내부 비리에는 눈을 감으면서 사회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찰은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부 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근무기강 확립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환골탈태의 자세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