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수원 도심의 한 주택가에서 젊은 여성이 성폭행 사실과 누군지도 모르는 범인에의해 알 수 없는 장소로 끌려가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 형사 2명과 두대의 순찰차를 보내고 탐문수사를 했으나 실종된 여성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리고 무려 13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여성은 조선족 우모씨의 집안에서 토막살해됐다. 마치 영화같았던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경찰은 여성이 살해된 뒤에야 범인을 붙잡았다. 결론부터 말하자. 국민들은 범인을 잡은 경찰보다 13시간동안 사건현장 500m 반경에 있었던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의 무능함에 화가 나고 경찰이 동네를 헤매는 동안 그 여성이 죽으면서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경찰은 "성폭행사건이라고 신고가 왔기 때문에 불꺼진 집까지 수색할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정말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 의심스럽다. 경찰의 말과는 달리 현장 주변 상인들은 경찰 탐문방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경찰은 신고접수 3시간 후에 형사들을 추가로 내보냈다.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만일 범인을 붙잡지 못했다면 이번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경기경찰청은 여성 가출이나 실종사건 발생시 가족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행중인 '문자알림서비스'가 도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가출한 초등생을 5시간만에 찾아 가족의 품에 안겨주었으며 실시간으로 수사진행 상황을 가족에게 알려줘 안심시켰다고 홍보했다. 당시 경찰은 "문자알림서비스로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안심시키고 신뢰받는 경찰상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홍보용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다급한 육성을 듣고 현장까지 출동한 경찰은 13시간동안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3월초 취임하면서 "경기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어 지역실정에 맞는 맞춤치안이 필요하다"며 "인력과 지원을 경찰서별, 기능별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장의 바람과는 달리 도심의 주택밀집지역에서 맞춤치안은 요란한 구호에 불과했고 경찰은 결과적으로 무능했다. 경찰의 '문자알림서비스'도 좋고 청장이 말한 '맞춤치안'도 좋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효용가치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전시행정이다.
경찰, 13시간 동안 무엇을 했나
입력 2012-04-0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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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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