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투표일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중 여 야 할 것없이 정책과 공약이 상실되고 비방과 욕설만 가득했던 최악의 선거로 기억될 것 같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탓에 여,야는 선거기간 내내 정책대결보다는 폭로와 상대편 비방으로 일관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후보공천부터 심한 잡음이 들리는가 하면 전략공천이라는 명목아래 지역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후보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정작 유권자들은 처음 보는 후보들을 두고 투표를 해야하는 고민을 안겨준 선거이기도 했다.

선거기간내내 여 야 대표들은 마치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상대방 헐뜯기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정작 그들의 입에서는 오직 야당심판론과 정권심판론만 있을 뿐 정책과 미래의 비전에 대한 말 한마디 없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야당연대가 이기면 한국은 국제적 왕따"라며 거대야당 심판론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여당이 승리하면 절망의 4년 되풀이"라며 MB심판론을 선거기간 내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반복했다.이들과 마찬가지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출마한 입후보자들 역시 앵무새처럼 수뇌부들의 발언과 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 유권자들에게는 그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민주통합당의 '김용민 막말발언'만 기억되는 부실한 선거지만 그래도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해 국회로 보내야 한다. 투표를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한다는 정치권의 속설처럼 누군가를 뽑기 싫다면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도 투표에는 참여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이성과 정책은 실종되고 감성과 선동만 남아 우리를 현혹했어도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준엄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 투표장에 가야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다. 설령 이번 선거기간 동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절망을 목격했다 해도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번 총선은 20년만에 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 다음 정권의 향배가 결정돼 이번 선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후보자의 면면을 꼼꼼히 따져본후 누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했는지 어느 당이 진정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