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잔치는 끝났다. 새누리당은 압승했고 민주통합당은 패배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당초 야당은 과반수 확보를 장담했고 여당은 100석만 차지해도 선전한 것이라며 체념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여당은 152석을 확보함으로써 1당자리를 지켰다. 새누리당의 승리를 두고 '박근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는 분석도 있고 '정권심판론'만 앵무새처럼 부르짖은 민주통합당의 안일한 대처와 수뇌부의 리더십 부재가 패배의 원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로 만신창이가 된 새누리당을 막말발언을 한 김용민이 살렸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선거분석기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과는 여당 압승 야당 패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8개월후면 대통령선거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총선과 대선을 치렀다. 어느 당이든 총선의 승리가 대선의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지 않았고 대선의 승리가 총선의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었다. 현명한 국민들은 일방적으로 한 쪽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 힘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지 국민들의 걱정은 대선이 치러질 앞으로의 8개월 동안 여·야 정치인들이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번 총선기간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책대결은 사라진 채 폭로전과 저질 막말 논란으로 또다시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대선기간 동안 혹시 불거질지 모를 정국혼란이 지겨운 것이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총선후 기자회견을 갖고 "또다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란 각오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에서의 패배는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고 '정권심판론'만 내세우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던 대책없는 선거전략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거대야당 견제론'이 먹혔다는 얘기다. 10년동안 정권을 잡았던 정당이라고 볼수 없을 정도로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19대 국회에서 그리고 대선이 치러질 8개월동안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려주는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진화하는데 정치인들만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역사를 거스르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면 또다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