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7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한 항소심 법정을 나서면서 "예상 외의 판결이 내려졌다"며 "곽 교육감을 신뢰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육감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곽 교육감의 1심 선고재판에도 참석해, 3천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나온 그를 뜨겁게 포옹해주었다. 재판 전날 밤에는 트위터에 "담당재판부가 심의민주주의적 공판중심주의 전형을 보여주셨듯 현명한 판결 학수고대합니다"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또 지난해 10월 곽 교육감의 보석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고, 한 달 전 그가 구속됐을 때는 "과도하다"는 비판과 함께 "청렴과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교육개혁 정책을 펼쳐왔던 곽 교육감의 구속이 안타깝다"고 애석해 했다.

김 교육감은 곽 교육감의 사법처리 전 과정을 동행하면서 시종일관 그에 대한 사랑과 지지와 신뢰를 표명해 온 것이다. 반면 구속과 보석기각 결정부터 1, 2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건건이 비판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진보인사 김상곤의 곽노현 사랑을 비판할 수 없다고 본다. 이념적 동지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과 신뢰는 인간적인 의리의 발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막말로 사면초가에 처했어도 나꼼수 지지자들만은 그를 옹호하고 격려하며 선거를 완주시키지 않았던가.

그러나 경기도교육감이라는 공직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김 교육감의 곽노현 관련 언행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곽 교육감은 후보매수 혐의로 구속돼 1, 2심에서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그는 여전히 "2억원을 선의로 건넸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국민의 상식은 이미 구속 이전에 그에게 유죄를 내린 상태이다. 따라서 김 교육감의 곽 교육감 지지는 동지적 연대를 세상의 상식에 앞세우는 행위이다. 건전한 상식인과 교양인을 길러내야하는 교육감의 책무를 생각하면 잘못된 처신이다. 법원의 결정에 대한 비판과 유감표명도 도를 넘었다. 법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을 육성해야 할 교육감이 동지에 대한 사랑과 집착에 빠져 법원의 상식적인 결정에 건건이 토를 다는 모습은 교육행정의 책임자가 할 일이 아니다. 김상곤 교육감은 경기교육의 수장이라는 공직의 무게를 깊이 성찰하고 국민의 상식과 눈을 맞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