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5층짜리 A아파트. 지어진 지 20년 넘은 이곳은 벽체 곳곳에 균열이 가고, 주차장 표면도 일부 침하됐지만 보수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영세민 50여세대가 모여사는 이곳은 고층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나 입주민대표회의가 있는 게 아니어서 '관리'를 할 주체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 기껏 마음맞는 주민들 몇몇이 모여 세대당 보수비용을 갹출하자고 합의해도 세대 전체의 동의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여서 보수작업은 매년 미뤄지고 있다.

A아파트와 같이 관리주체가 없었던 소규모 노후 아파트에 대해 일선 지자체장이 안전관리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주택법이 개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일선 시·군의 무관심탓에 영세 공동주택들이 노후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안전관리 비용 지원을 위해선 관련 조례가 먼저 개정돼야 하는데 경기도내 지자체 3곳 중 2곳 이상이 아직도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일선 시·군은 멀쩡한 대규모 공동주택에 대해선 안전관리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 소규모 공동주택에는 비용을 지원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어서, 주거환경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지난 2010년 4월 주택법을 개정, 지자체 의무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지자체장이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또한 관련 조례를 개정, 소규모 공동주택의 안전관리에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지원 주체는 일선 시장·군수로 정했다. 지원 대상은 지어진 지 15년을 경과했고,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150세대 미만인 공동주택, 승강기가 없거나 중앙집중난방 방식이 아닌 300세대 미만 공동주택 등이다.

하지만 현재 관련 조례 개정을 완료해 안전관리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시·군은 안산·부천·안양·시흥·의왕·오산 등 단 6개시로, 나머지 25개 시·군은 아직까지 관련 조례를 개정하지도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규모 아파트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데 오히려 대규모 아파트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며 "일선 시·군에 조례 개정을 조기에 추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해민·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