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GPS 전파교란 공격으로 하늘과 바다에서 동시에 다양한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해 최북단 NLL 인근 해상은 물론이고, 수많은 승객과 화물이 오가는 인천항과 평택항 부근에 이르기까지 피해지역은 광범위했다.
■ "하마터면 북 해역으로 넘어갈 뻔…"
지난 2일 오전 연평도를 출발해 인천항으로 향하던 A씨는 당황스러운 경우를 당했다. 그는 배에 설치된 GPS가 '먹통'이 돼 평소 인천항을 갈 때와 다른 항로인 우도 방향으로 배를 몰았다. 우도는 서해상에서 북한측과 가장 가까운 섬 중의 하나다. 출발한 지 30~40분이 됐을 때 갑자기 해군으로부터 위치확인 요청이 왔다. '어로한계선을 넘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배에 설치된 GPS가 작동되지 않아 자신이 어디쯤 왔는지 몰랐던 것이다. A씨는 "해군의 위치확인 요청 이후 항로 방향을 덕적도 쪽으로 돌렸다"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진구 연평도 어민회 부회장은 3일 통화에서 "1주일 전쯤부터 40여 척에 이르는 연평도 어선 대부분에서 GPS 화면이 안 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어선의 GPS는 자신의 어장과 어구를 찾는 데 가장 필수적인 장비인데, 요즘 어선들은 이것이 없으면 조업을 못할 정도"라고 했다. 항공기와 달리 이들에겐 GPS를 대신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GPS가 작동하지 않으면 나침반과 '감(感)'에 의지해야 한다.
■ 항구에서도 야단
지난 2일 오후 6시 중국 칭다오를 출발해 3일 인천항을 향하던 파나마 선적의 카페리 '뉴골든브릿지5호'는 입항 한 시간여를 남기고 GPS 모니터가 멈췄다. 당시 이 배에는 승객 342명과 승무원 45명 등 380여명이 타고 있었다. 이 배를 몰던 박영철 선장은 "인천대교에 들어서면서 갑문으로 입항하기 전까지 본선 위치, 속도 등이 모니터상에 수치로 표시가 돼야 하는데 모두 별표로 처리됐고, 다른 선박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모니터상에 없는 배가 실제론 나타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GPS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연안 선박이 있으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인천항을 드나드는 선박은 하루 평균 100척이 넘는다.
/이현준·김성호기자
배 '나침반' 먹통돼 북에 갈뻔 380여명 탄 카페리 우왕좌왕
서해상 GPS전파교란 피해 얼마나
입력 2012-05-0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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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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