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고설비를 특정업체에 헐값에 넘겨 수백억원의 차익을 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 직원이 검찰과 삼성을 상대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7일 수원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전자의 고발을 통해 지난해 12월 13일 배임 혐의로 전직 직원 김모(41)씨와 중소기업 사장 장모(41)씨를 기소했다.

이후 수원지법 형사12부(김정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검찰 측은 "김씨는 타 중고설비 매매업체들의 고가매수 제의나 매각 협상 사실을 숨긴 채, 매각이 어려운 설비를 특정업체가 대량으로 매입하려 한다고 허위 보고했으며 일부는 무단 매각하는 등 업체가 225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취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A업체와만 매각 업무를 진행, A업체는 김씨가 매각한 물건을 되팔면서 225억여원의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김씨 측은 당시 해당 업무의 특성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 측 변호인은 "당시 반도체 신규 설비의 빠른 장착을 위해 유휴설비를 빠른 시간 내에 해체, 반출해야 하고 일부는 재활용되고 일부는 매각되는 등 일처리가 복잡한 데다, 직원 수에 비해 업무량이 과중했다"며 "그러다 보니 일부는 상부에 보고없이 매각되거나, 설비들이 저렴한 가격에 팔려나간 것일 뿐 뇌물은 전혀 주고 받지 않았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김씨가 A업체에 중고설비를 매각하기 직전까지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아 유휴장비 재고 2천800여개가 남아 돌았다"며 "A업체가 아니었다면 그 많은 재고 물량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 측의 상반된 주장이 오가는 데다, 김씨와 A씨가 돈을 주고 받은 내역이 전혀 밝혀지지 않으면서 김씨와 장씨의 배임 혐의가 인정될지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