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0시24께 성남시 이매사거리 앞 교차로. 분당동 집으로 아내(52)와 함께 귀가하던 김모(57)씨는 도로 한 가운데에 멈춰 선 은색 고급 외제차량의 열린 조수석 문으로 발버둥 치는 여성을 목격했다.

   이 여성은 차량안에 있던 남성에 의해 제압됐고, 곧 차량 문이 닫혔다.

   급히 출발하는 차량을 보고 납치를 의심한 김씨는 옆좌석에 있는 아내를 통해 112에 신고하고, 즉시 이 차량을 추격했다.

   차량은 이매사거리에서 광주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새마을 연수원 방향에서 갑자기 좌회전 했다가 유턴해 판교나들목으로 향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부터는 광란의 질주가 시작됐다.

   문제의 차량이 시속 120㎞가 넘는 속도를 내며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는 통에 추격이 어려웠지만, 김씨는 끈질기게 20여㎞를 추격했다. 112센터와도 계속 통화하며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신고를 받자마자 긴급지령 '코드-0'를 발령해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 고속도로순찰대에 출동 지시했다. 김씨와의 통화 내용은 인근 순찰차량에서 모두 들을 수 있도록 긴급 공청(共聽)했다.

   이같은 김씨의 기지와 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건발생 11분만인 이날 오전 0시35분께 반포나들목을 100여 m 앞둔 지점에서 문제의 차량을 검거했다.

   하지만 이차량에서 내린 운전자 정모(35)씨와 납치 피해자로 신고된 김모(34·여)씨는 연인사이로, 납치된게 아니라 다툼하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차량에서 여성이 내리려 하자 남성이 옷을 당기면서 폭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이 처벌할 의사가 없다고 해 귀가조치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신속한 신고와 문제의 차량을 쫓아 간 김씨 부부에게 감사장을 수여키로 했다. 성남/김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