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모은 돈인데 깡통계좌라니", "저축은행 사태는 남 얘긴줄로만 알았는데…"
광주시 퇴촌신협의 여직원 A(42)씨가 10여년간 32억원을 횡령한 사건(경인일보 5월14일자 23면 보도)이 알려진 14일 오전 9시 40분께.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지점을 찾았다는 주부 김모(43)씨는 "남편 명의와 내 명의로 정기예금을 들었는데 지금 확인이 안돼 답답하다"며 "5천만원 이상은 보호도 못받는 것이냐"고 울먹였다.
이날 오전 영업 개시와 동시에 퇴촌신협을 방문한 고객은 모두 100여명. 고객들은 대부분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이럴 수 있느냐'고 망연자실하며 자신의 통장 잔액이 온전하기만을 바라는 초조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후로 접어들자 고객들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50여명이 퇴촌신협 주변을 서성이며 자신의 순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68번 번호표를 손에 꽉 쥔 남궁모(66·여)씨는 "아침 9시 40분에 왔는데 아직도 44번이 상담중이다"라고 초조해하며 "1천만원 정도 적금을 들어놨는데 내 통장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돈을 출금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최모(45)씨는 "대기번호가 110번인데 하루 80건 이상 처리하기 힘들다고 한다"며 "대기번호가 100번 이상인 사람은 내일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3개의 단말기 중 한대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업무가 지연되자 고객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반면 박모(52)씨는 "신협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러 간다고하자 아내가 '몰래 비자금 마련을 위해 통장을 개설했다'고 털어놔 그 통장까지 조회하고 가는 길"이라며 "모든 통장에 잔고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다행"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퇴촌신협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에 따라 5천만원 한도에서는 보호되지만 5천만원 이상 금액은 신협중앙회 차원에서 보상 여부를 논의중"이라며 "사태 수습을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예금을 찾지만 말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횡령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광주/임명수·이윤희기자
'광주 퇴촌신협 여직원 횡령' 고객 북새통
100번 넘는 대기번호… 잔고 확인 초조한 발길
단말기 과부하 업무지연 5천만원이상 예금 피해 중앙회 차원 보상 논의
입력 2012-05-1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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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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