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못 보는 정부의 주택 정책이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 가구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업무지침까지 개정했지만, 일선 지자체에선 택지지구 내 상하수도,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 계획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따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제 일선 택지지구에선 규제 완화를 받아들인 경우가 10곳 중 2곳도 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5·1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 용지의 가구수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택지개발업무 처리지침을 개정했다. 기존 지침에서는 단독주택 용지내 1주택당 가구 수를 3~5가구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 지침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규제완화의 대상이 되는 국내 158개 택지지구 가운데 단독주택 가구수 규제를 완화시킨 택지지구는 전체의 20%에 불과한 단 36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36곳 중 18곳은 규제를 완화했지만 5가구 이하로 가구수를 결정, 기존 규제의 범위 안에서만 가구수를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했다고 해도, 일선 지자체에선 이미 인구규모와 학교, 상하수도, 도로 등 기반시설 문제를 고려해 가구수를 정해놨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용인 흥덕지구 내 단독주택촌인 '잔다리 마을'의 경우 일부 주민들이 가구수 규제가 완화된 만큼 가구수를 늘려달라고 했지만 교육청에서 학교배정 문제를 들어 이의를 제기하자 가구수를 3가구로 유지했으며, 양주 옥정지구와 파주 운정지구도 기반시설 문제 탓에 당초 3가구로 제한돼 있던 것을 예전 지침 범위 안에 해당하는 5가구로 변경한 게 다였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에서는 계획적인 도시 관리와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가구수 상한 범위를 정해 규제를 다시 강화하도록 국토부에 건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침은 가구수 규제를 폐지한 뒤 일선 지자체에서 현실을 감안해 적당한 가구수로 규제를 하라는 내용으로 수정한 것이었다"며 "강제 조항이 아니니 기반시설 등의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게 규제하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강제사항이 아니더라도 지침이 완화되면 난개발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애초에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채 결정된 이번 지침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