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권영길·문성현·천영세 전 대표가 17일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지지하며 구당권파를 압박했다. 또 통합진보당 제주도당도 이날 비대위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사태를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구당권파는 비례대표 사퇴 불가는 물론 당원 비대위를 결성해 당을 사수하겠다며 '버티기'와 '마이웨이'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신당권파와 구당권파 간의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권 전 대표 등 3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중앙위의 결정은 국민을 섬겨야 할 공당이 취할 최소한의 조치"라며 "내부의 논란을 불식하고 혁신 비대위원회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12일 밤 벌어진 야만적 폭력사태는 벌어져선 안 되는 비극적 사태였다"며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고 사죄의 뜻을 표했다. 통합진보당 제주도당도 이날 혁신비대위 지지와 함께 비례대표 당선 및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에 앞서 서울시당, 전북도당, 강원도당, 충남도당 등도 동일한 입장의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반면 구당권파의 안동섭 경기도당, 윤민호 광주시당, 신장호 충북도당, 윤병태 경북도당 공동위원장은 이날 "신당권파의 혁신비대위가 당원을 모함하고 당을 장악하려 한다"며 별도의 '당원비대위' 결성을 통해 당을 사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가칭 '억울한 누명을 벗고 당의 명예회복을 하기 위한 당원비대위' 결성을 공식 제안했다.
또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와 황선 비례대표 후보 등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14명의 경선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9명은 사퇴, 2명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조건부 사퇴의 뜻을 밝혔다. 강기갑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중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만나 사퇴를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