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카리스마도 없다. 태생적으로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상대가 누구든 웃음으로 대하고, 조용한 어투로 존댓말을 쓰며, 자신의 주장을 펴기보다는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는 스타일이다.
그에게는 계보도 없다. 새누리당의 양대 계보인 친이계도 친박계도 그는 아니었다. 2011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도움으로 당선된 후에도 그를 친박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언론은 그를 '신친박계'로 분류하고 있다. 애써 분류한다면 친박의 도움으로 당선돼 새로운 친박계로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그가 어떻게 집권여당의 당 대표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 언론은 3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18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과 쟁점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원내대표로서의 협상력과 돌파력을 인정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낙점, 둘째 대선을 앞두고 전투형보다는 거부감이 적으면서 이미지가 나쁘지 않은 화합형인 그의 인물 됨됨이, 셋째 상대적으로 친박 색채가 강하지 않으면서 새누리당이 취약한 수도권 출신 의원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를 짚어보면 황우여의 능력과 인물 됨됨이가 국회안에서 한 줌의 세력도 되지 못하는 인천출신이라는 약점을 딛고 집권여당의 대표로 당선되게 한 결정적인 이유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황우여 대표에게는 기존 정치거물들이 갖추지 못한 돋보이는 품성이 있다. 동료 정치인들은 '외유내강' '허허실실' '소리없이 강하다'라는 말로 그의 인물 됨됨이를 평가한다.
필자가 꼽는 그의 가장 돋보이는 덕목은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다는 점이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받지 않으면 바쁜 원내대표 시절에도 꼭 문자가 온다. 회의중이어서 받지 못한다며 연락드리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한밤중에라도 꼭 그날 안에 답신 전화를 준다. 그는 상대 얘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지역구 민원인이나 공무원들이 그에게 얘기하면 메모를 하며 그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며칠 안에 알려준다. 쉬운 일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른 국회의원들을 겪어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존댓말을 쓴다. 그리고 부지런하다. 여야간 협상에서 그의 행동을 보면 참고 인내할 줄 안다. 그리고 양보도 할 줄 알지만 뚝심을 갖고 자신이 목표한 결과물을 얻어 낼 줄도 안다.
이런 황우여에게 언론은 '어당팔'과 '허허실실'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어당팔'은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이라는 의미다. 제물포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연마한 검도가 공인 4단이라는 점과 항상 웃지만 외유내강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허허실실'은 '항상 웃고 다니지만 뜻한 바를 이룬다'는 의미로 여야 협상력이나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한 새누리당 내에서 사무총장, 원내대표, 당 대표를 차근차근 거머쥔 그의 뚝심을 표현한 것이다.
18대 전반기까지 그는 4선 의원이지만 사실 두각을 나타내는 국회의원은 아니었다. 18대 후반기 원내대표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친이계와 친박계의 날선 경쟁 사이에서 어부지리로 당선됐다는 평가와 잘해낼까 하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러나 그는 원내대표로서 존재감을 한껏 보여주었다.
당 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후에도 환관 대표라고 폄훼하는 쪽도 있지만 그는 보란 듯이 '어당팔'이라는 별명값을 하리라 믿는다. 자리를 맡고 나서 더 잘하는 사람, 황우여에게 인천시민들이 애정을 보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