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리병원 vs 비영리병원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리병원 반대론자들은 '의료 공공성 붕괴'를 걱정하고, 찬성론자들은 '선진 의료산업 첨병론'을 내세운다. 반대론자들이 영리병원의 공공의료서비스 붕괴를 얘기하면 찬성론자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답한다.
찬성측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말하면 반대측에서는 '부풀려진 수치'라며 맞선다. 도무지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 발생이 우려된다. 인천시의 조속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영리병원? 비영리병원?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차이는 운영 주체에 있다. 국내 의료법상 병원설립 주체는 의사, 국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 등이다. 삼성의료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현대아산병원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설립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외국인투자비율이 50% 이상인 상법상 법인은 영리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 현재 송도국제병원에는 일본 금융자본(60%)과 삼성(20%) 등이 포함된 글로벌 컨소시엄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상황이다. 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르고, 비영리병원은 의료법을 적용받는다.
인천시는 영리 국제병원을 추진하다가 최근 비영리 국제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떤 운영 형태든 외국인이 쉽고 편하게 인천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영리병원 확산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체계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영리 국제병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측은 '비영리병원으로는 국제 진료 기능을 갖추기 힘들다'고 맞선다. 국내 의료법상 외국면허 의사의 진료가 금지돼 있고, 비영리병원의 특성상 고액의 연봉을 주고 유능한 외국 의사를 데려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송영길 시장의 의중은 비영리병원으로 가자는 쪽에 있다. 외국인 의사를 못 쓴다고 해도 (외국 병원과의 컨설팅 협약 등을 통해)국내 의료진을 외국에서 교육시켜 데려오면 된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국제병원은 세계 여러나라의 우수 의사가 와 직접 진료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며 "외국 병원으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국내 병원은 이미 많이 있다"고 했다.
■ 국제병원 영리 vs 비영리 논쟁
이상이 제주대 교수(의료관리학과)는 "영리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한국의 의료체계를 뒤흔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영리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했다. 그는 "국내 병원보다 5배가량 비싼 가격을 주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의료격차가 생기는 것"이라며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공평하게 누려야 할 의료서비스마저 격차가 생기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과)는 "비영리 국제병원은 모순되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비영리 국제병원이 돼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게 되면, (외국인환자 유치 관련 법규에 따라)병상의 5%만 외국인환자를 받을 수 있다"며 "송도국제병원 800병상 중 외국인 40명만 가능하다면 그건 국제병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30개 진료과목에 각각 저명 외국인 의사를 10억원씩 주고 데려온다고 하면 300억원이 필요하다"며 "비영리병원 수익구조상 초기 인건비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비영리 국제병원 도입하려면…
인천시가 만약 비영리 국제병원을 도입하려면 무엇보다 재원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비영리법인에서 병원 건립사업비 수천억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송 시장이 취임한 2010년 허용한 세브란스국제병원과 송도국제병원이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병원 설립 부지를 확정하는 작업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지구단위계획상 송도동 28의 1은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 인허가권자인 지경부는 '비영리 국제병원 설립 불허' 입장을 갖고 있다.
/김명래·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