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서울대 수의과대 강수경 교수가 논문 조작 논란에 휩싸여 국내·외 과학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서울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리트랙션와치(Retraction Watch)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익명의 국내제보자가 그동안 강수경 교수의 논문을 실었던 10개 국제학술지에 파일을 보내 강 교수의 논문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보자는 70장 분량의 파워포인트 파일에서 강 교수가 14개 논문에 실었던 실험결과 사진을 비교하며 같은 사진을 중복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강 교수에게 연구비를 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서울대 연구처장 등 3곳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고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자료를 요청하라고 제안했다.

   제보 파일을 받은 국제학술지들은 조사에 착수하고 강 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ARS(항산화 및 산화환원신호) 학술지가 24시간 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거나 논문 철회를 요구하자, 강 교수는 ARS에 게재한 논문 2편과 투고 중이던 논문 2편을 회수했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 "고의가 아니라 단순 실수"라며 "해명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논문 게재를 철회했고 추후 ARS측에 재실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보를 받은 다른 학술지인 브레인(Brain)과 에이징셀(Aging Cell) 등은 강 교수의 실수를 인정하고 부분 수정을 요청했다.

   서울대 수의과대 류판동 학장은 "현재 당사자에게 소명을 요구하고 관련 교수들과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예비조사를 거쳐 연구진실성위원회 본회의를 소집할지 등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국내연구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당부했다. 이번 논란으로 한국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국내·외 신뢰가 깨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국내 줄기세포 대가인 모 대학 교수는 "강수경 교수 논문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보자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황우석 사건과 연결지어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또 다른 교수는 "제보자가 강 교수의 수많은 실험결과 사진 중에 특수단백질검출검사(Western Blot)만 문제 삼은 게 매우 악의적"이라며 "이 검사법의 결과는 밴드로 나타나 누가해도 유사해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BRIC 커뮤니티에는 "편집상의 오류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으니 성급한 판단을 자제하자"는 의견과 "이렇게 많은 오류는 명백한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