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누군지 모르지만, 혼란스럽지만 이해하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말거야~'.

12일 오후 2시께 수원지법 대회의실에 모인 35명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슈퍼스타 K2 출신 앤드류 넬슨(16)의 애절한 노래를 똘망똘망한 눈으로 신기한듯 숨죽여 지켜봤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앤드류 넬슨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한 이 노래는 앤드류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직접 만든 '이건 내가 아니야(I gotta be me)'라는 제목의 곡이다. 공연이 끝난 후 앤드류는 자신의 사인과 'You are special gift(당신은 특별한 선물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노트를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직접 나눠주면서 "우리는 반반이 아니라 2개의 나라를 가졌다. 2배로 특별하고 2배의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격려했다.

앤드류와 특별한 만남을 가진 이 아이들은 안산 원곡초등학교 다문화 특별학급반 학생들. 히잡을 쓰거나, 검은 피부이거나 노란색 머리 등 각양각색의 외모를 지녔지만, 친구들과 짖궂은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은 여느 한국 어린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이후 실제 재판이 열리는 법정을 견학하고, 법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판사들에게 법원에 대해 쉽고 재미있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러시아인이고 어머니가 카자흐스탄인인 김모(8)군은 "처음 법원에 와봤는데 신기한 것들이 많다"면서 "특히 옷(법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게 제일 재미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행사를 준비한 수원지법 정승원 부장판사는 "서울과 달리 수원지법에는 다문화가정의 이혼소송이 많다"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법원에 대한 친근감을 심어주기 위해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혜민기자